(제 개인사이니 퍼가지 마세요)
2021년 초.
둘째를 뱃속에 품은 채 암 진단을 받고
항암 8번을 받은 후 나의 수술 날짜가 잡혔다
내 몸에 남은 암을 제거하려면
내 가슴을 떼어내야 한다...
암이 발병한 쪽은
피부마저 염증성으로 색이 변해버렸다
게다가 유전자 변이라니..
반대쪽 가슴도 예방적 절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엄마도 먼저 유방암을 겪으셨고 재발까지 했었다
2021.8.30
아이 둘을 양가에 한 명씩 맡긴 채
나와 철수는 병원으로 향했다
기존 배정받은 다인실에서 1인실로 옮겼다
너무나 아플 것 같고 힘들 것 같기에
수술 날 아침에 1인실로 배정받아 옮긴 후
오후 수술시간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수술 시간이 되자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송하는 직원과
철수가 옆에서 수술 대기실 앞까지 걸어간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수술 대기실에 들어갔다
앞에 다른 수술을 대기 중인 사람들..
휠체어에 타고 모두 등을 돌린 채
머리에는 망을 쓰고
앞에 있는 큰 수술실 문을 바라보고 있다
본인의 순서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내 순서가 되자
내 이름, 생년월일을 확인하고는
여러 명의 의료진이 나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로 도착하자
수술대로 올라가서 눕고 산소마스크를 낀 후
숨을 크게 크게 쉬라는 말과 함께
정신이 흐릿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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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흘렀을까
의식을 차려보니
양쪽 가슴에 저릿한 큰 고통과 함께 눈이 떠졌다
마취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아픔이 컸다
2시간을 계속 호스로 공 부는 기계를 불면서
폐에 마취제를 빼야 된다고 눈은 계속 감기지만
철수가 열심히 깨워줬다
"잠들면 안 돼... 일어나..."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으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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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되자 창가에 달이 비치고
모두가 잠들어 깜깜한 병실에 달빛만 비치고 있었다
그때
달을 보면서 나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애들도 보고 싶고..
집에만 얼른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서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그럼 뭐든 다 할 수 있겠다고.

2021.09.06
나는 일주일을 병원에 있어야 했고
입원일로부터 딱 7일이 되는 날, 퇴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통과..
내 몸에 있던 핏줄을 빼는 것은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디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 몸은 차츰 회복되어 갔다
퇴원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첫째 치료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의 통증이 아직 있고..
한 손으로는 둘째가 탄 유모차를 밀고
한 손은 첫째 손을 잡고
그렇게 힘없는 내 몸을 이끌고
첫째의 치료를 갈 수밖에 없었다
아파도 내가 애들 엄마니까 내가 해야 되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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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때부터 1년이 지나...
내일은 6개월마다 있는 검진 날입니다
벌써 일 년이 되었네요
수술이 끝나고도 방사선 치료와 후 항암약까지 먹고..
지금은 매일 호르몬 약을 먹습니다
수술 후 안 그래도 안 좋은 체력이
더 바닥이 나서 몸이 말이 아니었는데...
물론 지금도
제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 골골대고 있지만
애들도 아프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몇 분께 감동을 받아서...
'너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는
응원을 받은 것 같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애들과 제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손에 봉지를 쥐어주시는 기사님,
제가 좋아하는
얼려 먹는 요구르트 샤인머스캣맛
3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이랑 드시라고
기사님이 말씀하시는데 찡했네요

정말 소소한 것이라도
크게 힘이 되어준다는 게 어떤 것인지..
크게 와닿은 날이었습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모두 감기, 코로나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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